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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였던 소년이 의사가 되기까지 | 하워드힐병원 병원장이 들려주는, 의사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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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워드힐병원 조회42회 작성일 26-10-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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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기 전, 저는 오랫동안 환자였습니다.

2003년 3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복통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2~3개월 동안 집에서 쉬다가 결국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신장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학교에 다니고, 공부하고, 놀러 다니는 것이 당연했던 나이였지만, 저는 결국 학교를 휴학해야 했습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몇 달 동안 복용했지만 호전이 잘되지 않아 면역억제제까지 복용해야 했습니다.

약을 바꿔야 했을 때는 정말 절망스러웠습니다.

'왜 이렇게 좋아지지 않는 걸까?'

'이러다가 결국 투석까지 하게 되는 건 아닐까?'

물만 마셔도 토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학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퇴원 후에도 매달 버스를 타고 병원을 왕복했습니다.

그런데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던 나이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김치를 물에 씻어 먹던 고등학생

신장 질환 때문에 식이요법을 해야 했지만, 당시의 저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먹고 싶은 음식들을 종이에 하나씩 적어 주치의 교수님께 보여드렸습니다.

"교수님, 이건 먹어도 돼요?"

"그럼 얼마나 먹어도 돼요?"

지금 생각하면 참 질문이 많은 환자였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그 질문 하나하나가 절실했습니다.

어떻게든 건강해지고 싶었으니까요.

그래도 막막해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일단 소금을 최대한 먹지 말자.'

국물은 먹지 않았고, 반찬과 김치는 물에 씻어 먹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복학한 뒤에는 따로 도시락을 싸서 다녔습니다.

모두가 급식실에서 밥을 먹을 때, 저는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습니다.

그런데 도시락보다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시면 친구들이 왁자지껄 웃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요.

물론 친구들에게도 저마다의 고민은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웃고 떠들다가도 문득 제 몸 상태가 떠올랐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식이요법이 반드시 올바른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에게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래보다 조금 일찍 알게 되었습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너무나 평범한 하루조차 마음껏 누리기 어렵다는 것을 말입니다.



건강을 지키려던 시간이 의사의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2006년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제 우선순위는 건강이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했고,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돌아보며 제 몸을 관리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갔습니다.

몇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건강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대학교 4학년 무렵에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나도 내 몸을 꽤 잘 관리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의사가 되어, 나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떨까?'

그것이 제가 의사의 길을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2010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수험생들처럼 공부에 모든 것을 걸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건강이 다시 나빠진다면, 지금 해보고 싶은 것들을 포기한 것이 너무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하면서도 친구들을 만나고, 놀러 가고, 연애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공부를 덜 하기 위한 좋은 핑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그렇게 조금 돌아서 갔습니다.

2014년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고, 2015년부터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하필 의사였을까

돌이켜보면 제가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만 16세부터 오랫동안 환자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좋은 약과 정확한 치료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혼자 상상하며 두려워했던 시간.

의사에게는 익숙한 설명 한마디가 환자에게는 며칠 밤을 뒤척이게 만드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환자는 때때로 병 자체보다도,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막막함 때문에 더 힘들 수 있다는 것.

저는 그것을 조금 일찍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의사가 된다면,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는 환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오래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검사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를 받아든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한 번 더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제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웠던 운동, 식습관, 생활습관과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나누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제가 의사가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사가 되었습니다

의사가 된 지금도 제가 환자의 마음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두려움의 크기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진료실에 앉아 있는 환자에게는 지금 제가 설명하고 있는 질병이 수많은 질환 중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 걸린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것.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진료실 의자에 앉아 의사의 말을 기다렸던 사람이었으니까요.

2003년, 김치를 물에 씻어 먹으며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던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많은 시간을 돌아 결국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에게 단순히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의사보다는,

“어떤 것이 가장 걱정되세요?”라고 먼저 물어볼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쩌면 제가 의사가 된 이유는 그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