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이 드리는 글] 내 부모님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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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워드힐병원 조회17회 작성일 26-10-27 15:43본문
오랫동안 입원해 계시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가족들의 삶도 조금씩 보이게 됩니다.
저희 병원에는 장기 입원과 재활치료가 필요한 고령의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보호자는 대부분 자녀분들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이 아프시니까, 자녀들은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해드리고 싶겠지.'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진료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부모님을 걱정하는 마음과 실제로 부모님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보호자분은 거의 매일 병원을 찾아오십니다. 반면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단순히 관심의 차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호자분들도 각자의 삶이 있습니다.
직장에 나가야 하고, 자녀를 키워야 하고,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어쩌면 본인의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벅찬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아프신 부모님을 돌보는 일까지 감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요.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역할을 조금이나마 대신해 드릴 수는 없을까?'
저는 의사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치료를 판단하고, 작은 변화에도 조금 더 일찍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매일 곁에 계시지 못하더라도, 그 빈자리를 의료진이 조금이나마 채워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부모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만약 제 부모님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계신다면 어떨까.
제가 매일 찾아뵙지 못하더라도, '내 부모님을 자기 부모님처럼 한 번 더 살펴봐 주는 의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얼마나 마음이 놓일까요.
물론 제가 가족의 역할을 온전히 대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보호자분들이 부모님을 병원에 모셔놓고 느끼는 걱정과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환자를 볼 때 한 가지를 더 생각하려고 합니다.
'만약 이분이 우리 부모님이라면, 나는 무엇을 한 번 더 살펴볼까?'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하는 것.
그리고 그 환자를 맡긴 가족이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자신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병원의 역할이자, 요즘 제가 환자를 진료하는 마음입니다.
하워드힐병원 병원장 드림



